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타지키스탄, 세계 경제의 플랫폼 역할
    (주)이야기 시사 뉴스 2022. 7. 5. 06:10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타지키스탄

     

    중앙아시아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타지키스탄은 면적이 한반도의 2/3, 인구 900만 명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자 가장 가난한 나라 이기도합니다. GDP는 81.5억 달러, 1인당 GDP는 877달러로 2019년 IMF 추산 세계 186개국 GDP 순위에서 164위를 차지하고 있지요. 타지키스탄은 북쪽으로는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남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동쪽으로는 중국에 둘러싸여 있는데요. 전 국토가 해발 300미터 이상에 위치하며 그중 93%가 평균 고도 3,186미터에 이르는 산악지대입니다. 그나마 북서부의 비교적 낮은 지대도 사막이라 쓸만한 땅은 거의 찾기 힘들죠. 얼핏 보면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볼품없는 나라인데요.

     

    중앙아시아 역사의 뿌리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나가던 여행자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반전의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1976년 타지키스탄 서북쪽 끝 마을에 늙은 2차 대전 참전용사 아슈랄리가 고고학자 이사코프에게 자기 집에 6년째 간직하고 있던 청동도끼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요. 알고 보니 그 도끼는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비슷한 것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었다는 점인데요. 집단농장을 위한 토지 개간 작업 중에 우연히 주운 낡은 물건들을 다들 그리 대수롭지 않게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대대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고 1년 뒤 무려 150헥타가 넘는 엄청난 규모의 유적지가 발견되었습니다. 기원 전 4천 년대부터 3천 년대 말까지 신석기와 청동기 시대의 유물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지요. 그리고 이곳이 중앙아시아 최초의 도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고대 타지크어어로 '땅이 시작된 곳'을 의미하는 ‘사라즘’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이 작고 버려진 불모의 땅, 타지키스탄이 중앙아시아 역사의 뿌리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어진 고고학적 발견들은 이곳이 그냥 도시가 아니라 거대한 고대 문명들이 만나는 허브였다는 사실까지 밝혀주었습니다. 산지와 평지가 만나는 이곳에 처음으로 유목민과 농업 정착민이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만들어졌는데요. 그 후 약 2천년 동안 이곳은 중앙아시아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이란의 페르시아 문명 등 세계의 주요 문명들이 교류하는 주된 플랫폼이었습니다. 타지키스탄은 사실 중앙아시아의 변방이 아니라 세계의 선진 문명을 중앙아시아로 유입하는 창구였던 것이죠. 사라즘은 중앙아시아에서 주석과 청동, 구리와 납 등 주요 원료와 터키석, 마노, 청금석 같은 준보석 광물, 양모과 가죽, 게다가 멋진 장신구, 도자기까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었는데요. 불행히도 기원전 3천 년 대 말부터 심한 가뭄 등 기후변동으로 황폐화되어 땅 속으로 묻히고 역사에서도 사라졌던 것입니다.

     

    세계 문명 교류의 플랫폼 역할

     

    그러나 이 도시가 사라졌다고 해서 세계 문명이 교류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는데요. 다만 그 주요 장소가 지금 타지키스탄 땅의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뿐이었죠. 바로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입니다. 파미르 고원은 중앙아시아의 천산산맥(天山), 카라코람 산맥, 쿤룬 산맥, 티베트 고원, 히말라야에서 힌두쿠시까지의 산줄기 등 그야말로 동서양의 중요한 뼈대가 만나는 곳이었기에 세계 문명의 중요한 교차점이 될 수 있었는데요. 우리 선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727년 당나라의 고구려 유민 고선지 장군이 이곳을 수 차례 넘어 서역 원정에 성공했고 747년 혜초가 이곳을 넘어 신장위구르의 카슈가르에 도착했지요. 사라즘, 파미르 고원 등 문명 간의 경계에 위치하여 그 교류의 플랫폼을 열어줬던 타지크 인들의 위대한 역사는 수많은 거대 문명의 지배를 받는 비운의 역사이기도 했는데요. 동부 이란족에서 기원한 타지크 인들은 BC 6세기에는 페르시아 제국에, BC 4세기에는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 제국에, 그 후 300년 동안은 인도 쿠샨 왕조에 편입되었습니다. 이어 서기 1세기에는 중국의 한나라의 영향을 받았고 7세기에는 투르크족에게, 8세기부터는 이슬람에게 정복되었지요. 그 이후에도 몽골, 티무르, 러시아와 소련에 차례로 편입되었는데요.

    1991년에야 소련의 붕괴로 처음으로 독립된 국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오랫동안 경계인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던 타지키스탄인들의 DNA 속에는 주변 강대국들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균형감각이 녹아들어 있는데요. 현재 타지키스탄 정부의 주요 외교전략이 ‘Open Door Policy’인 것도 여기에서 연유합니다. 러시아는 제1교역국으로 석유 수입의 90%를 의존할 뿐만 아니라 이곳에 이주한 노동자가 보내온 송금이 타지키스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데요. 타지키스탄은 대신 중앙아시아 최대 군사기지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매년 5천만 달러 내외의 원조를 제공하고 있고 제1 투자국인 중국은 유무상 원조와 함께 각종 인프라 건설용 현금 차관을 제공하고 파미르 고원의 3.5%를 양도받아 국경분쟁을 해결했습니다. 이 밖에도 우즈베키스탄, 이란, EU 등 주변국가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독립국연합(CIS), 상하이협력기구,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 등 각종 국제협의체에 가입되어 있는데요. 조만간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 경제연합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동서 문명 교차의 주요한 플랫폼이 되어 왔던 타지 키스탄은 향후 우리 기업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중국, 서남아시아와 중동에 진출할 때 훌륭한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