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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사업에 진출한 일본의 가스 회사카테고리 없음 2021. 12. 1. 12:59
식육(食育)이란 단어의 등장
교육학에 '삼육(三育)'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지육, 덕육, 체육을 말하는데요.
머리, 가슴, 몸을 고르게 키워,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시키겠다는 뜻입니다. 지육, 덕육은 어색하지만
체육은 제법 익숙하지요. 일본에선 2005년 6월,
'식육(食育)'이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요즘 어린이들이 패스트푸드 등으로 변변히 먹지 못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란 말이 나왔고,
식(食)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먹는 것에 대한 지식과
먹는 것을 선택하는 판단력 등을
키워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지요.
이런 의견에 발맞춰 식육 기본법도 제정됩니다.
관련 법규가 정비되자
여러 기업과 공공단체가 적극 참여해
식육에 관한 상품 개발과 세미나, 강연회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합니다. 후생노동성은
'건강수명을 늘리자!'는 어워드를 개최해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게 표창을 수여했구요. 식육 인스트럭터를 비롯해
식육 어드바이저, 식육 메뉴 플래너, 식육 스페셜리스트,
식육 푸드코디네이터 등 무려 15종류의 관련 자격증도
등장했습니다.
식품기업도 빠질 수 없지요?
카레를 만드는 회사는 카레요리교실을 열었고,
우유를 만드는 회사는 칼슘과 뼈의 중요성을 알리는
건강교실을 열었습니다.
모두 업의 본질에 맞는 사회공헌 아이템을 만들어냈지요.
도쿄가스의 식육 관련 CSR 참여
흥미로운 건, 도쿄가스라는 회사입니다.
1885년 세워진 이 회사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이치와 아사노 재벌의 창시자
아사노 소오이치로가 손잡고 만든 도시가스 회사입니다.
도시가스 사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죠.
그런데 이 회사가 '식육' 관련 CSR 활동에 참여합니다.
식품회사도 아닌 가스회사가 어찌 된 영문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쿄가스의 본업이
주택에 가스를 공급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도쿄가스의 창업 당시는 일본에서 메이지 시대라고
불리던 때인데요. 도쿄가스는 이때부터
일본 가정 주방에 에너지를 공급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미 1914년부터, 2020년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106년 전부터, 요리교실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먹거리에 관한 한, 식품회사 못지않게
가스회사도 중요하다는 자부심이지요.
'식육'이라는 공식용어는 2005년에 탄생했지만,
도쿄가스는 1992년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키즈 인 더 키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습니다.
훨씬 더 오랜 역사입니다.
에코쿠킹
1995년부터는 '에코 쿠킹'을 제안했습니다.
우리가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고 할 때,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먹거리 재료를 산다, 요리한다, 먹는다,
설거지 등 정리를 한다. 이 중 도쿄가스는 두 번째
'요리한다'의 일부 기능을 맡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도쿄가스는 총 네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및 낭비요소, 예를 들어,
싸다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구매해
냉장고에서 식재료가 상해 버려야 하는 일 등을
최대한 제거해보자는 취지로 에코 쿠킹을 제안한 겁니다.
시사점이 눈에 들어오시죠?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는 제품 관점에서 업을
바라보지 말고,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제품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도쿄가스의 본업은
단순한 '가스'입니다.
하지만 도쿄가스는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해,
'부엌에서 조리용 에너지의 제공'으로 스스로의 업을
정의할 수 있었지요.
간단하지만 어려운 발상의 전환입니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하면 좀 더 폭넓게
아이템을 기획하고 확장할 수 있지요.
도쿄가스도 다시 한번 아이디어를 확장합니다.
'먹는다'에 오감(5感)을 연결시킨 겁니다.
먹는 거니까 일단 미각 그리고 후각이죠.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처럼 시각 만족도
중요합니다. 사각사각, 아삭아삭처럼 먹는 소리,
청각 또한 귀를 즐겁게 합니다. 촉각도 빠질 수 없는 것이
깨끗이 씻은 상추를 손으로 잡으면 마치 내 몸이
신선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실 텐데요. 도쿄가스는
'요리하다'가 스스로의 영역인 만큼, 조리 중의 오감에
집중합니다. 요리를 하면서 오감을 키우고,
요리된 음식을 먹으면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런 CSR 활동이 뭐가 있을까 찾아본 겁니다.
미각의 일주일
그러다 이들의 눈에 들어온 게 있습니다.
'미각의 일주일'이란 프랑스의 교육 프로그램인데요.
1990년 탄생한 이 프로그램은 매년 10월 셋째 주에,
어린이들에게 프랑스 식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초등학교에선 프로 요리사가 '미각의 수업'을 실시하고,
협찬기업은 '미각의 아틀리에'를 열어 프랑스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합니다.
'미각의 식탁'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프로 요리사들이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실시합니다.
도쿄가스는 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2011년부터
10월 넷째 주를 '미각의 일주일'로 지정하고,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미각의 수업'과 '미각의 아틀리에',
그리고 '미각의 식탁' 3개 프로그램을 메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각의 수업'에서 사용하는 공식 학습서나 강사 매뉴얼을 만들고,
유명 요리사와 지식인을 초빙해
'미각의 아틀리에'도 개최하죠.
반응은 역시나 뜨거웠습니다. 2011년 시작할 때만 해도
28개 학교에서 2천여 명이 참여했지만,
해마다 조금씩 참여 학교가 늘어나 2018년에는
253개 학교에서 1만 6천 명가량 참여했습니다.
참여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도쿄가스라는 회사에 친밀감을 갖게 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여러분이 가스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해보겠습니다.
환경과 관련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하면?
아마, 열에 아홉은 가스를 아껴 쓰자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겁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간다면
가스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프로그램까지 만들겠죠.
하지만 여러분도 체감하시다시피,
요즘은 이 정도론 부족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제품 관점이 아닌 소비자의 관점,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업을 바라보는 눈이 중요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도쿄가스처럼 말이죠.
여러분도 이 관점으로 흥미롭고 재밌는 것들
많이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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