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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필요한 공동체 의식과 이웃
    (주)이야기 시사 뉴스 2021. 12. 16. 00:29

    한 때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서울 변두리의 한 골목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였는데요,

    이웃끼리 마치 한 가족이라도 되는 것처럼

    수시로 서로의 집을 오가고

    뭔가 특별한 요리라도 하면 옆집에 들고 가고,

    아이들도 이웃집에 가서

    스스럼없이 밥을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라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속담을 쓰는 일이 많지 않다는 생각, 안 드시나요?

    그러고 보니 '이웃'이란 단어를 쓸 기회도

    점점 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이 생각해 볼

    <세상 물정의 사회학> 마지막 주제는

    바로 '이웃'입니다.

     

    이웃과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일은

    비단 한국만이 아닙니다.

    대도시화 현상이 생기고,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익명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런 무관심한 태도는 아주 익숙한 것이 되었는데요,

    게오르그 짐멜이라는 독일의 사회학자는

    이런 '우리의 몸에 배어 있는 무관심'을

    메트로폴리스, 즉 '대도시화'라는 현상과 연결시켜

    설명합니다.

    짐멜은 지금도 많이 인용되는

    <대도시와 정신적 삶>이라는 대표적인 글을

    남겼는데요,

    그는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에 살기 시작하면

    대도시 사람들 특유의 정신적 태도가 등장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적 태도를 '대도시적 무관심'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예전에 많이 사용하던 '서울깍쟁이'라는 말

    생각나시나요?

    '서울깍쟁이'는 짐멜이

    베를린이라는 대도시에서 관찰했던

    '대도시적 무관심'의 한국판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는 사람들이 밀집해서 삽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살고, 상호작용도 빈번해지다 보니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신경 쓸 수가 없습니다.

    도시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일에 참견했다가는

    신경쇠약에 걸릴 겁니다.

    그래서 짐멜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점차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무관심해지는

    아주 독특한 정신적 태도를 공유하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짐멜의 주장을 들어볼까요?

     

    "아마 둔감함처럼

    절대적으로 대도시에 해당되는 정신적 현상은

    없을 것이다. …

    대수롭지 않은 인상들도

    그 변화가 급격하고 대립적인 경우

    신경에 무리할 정도의 반응을 요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자극에 대해

    거기에 합당한 에너지를 가지고 반응하는 능력이

    없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무능력이

    한적하고 변화가 없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보다

    대도시에 자란 사람들에게 뚜렷이 나타나는

    바로 그 둔감함이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

    짐멜의 주장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대도시적 무관심이

    누군지 모르는 익명의 타인이 아니라,

    내 옆집에 사는 이웃에까지

    확대, 연장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로버트 퍼트넘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나 홀로 볼링>은 이런 맥락에서 참조할 만합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퍼트넘은

    미국에서 이웃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후퇴하는 이유를 분석해서

    볼링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볼링은 여러 명이 어울려 함께 경기를 해야

    재미있는 운동인데요,

    퍼트넘은 '함께 어울려야 하는 볼링 경기를

    혼자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상'을 통해

    이웃관계의 쇠퇴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볼링을 혼자 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까요?

    퍼트넘은 공동체 관계가 붕괴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요인을 검토하는데요,

    그 요인들은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교외지역으로 주거지가 확장되면서

    출퇴근에 소비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사를 빈번하게 할수록,

    이혼율 증가로 전통적 가족의 해체 현상이 강화될수록

    지역 공동체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

    준다는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이웃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퍼트넘은 혼자 볼링 치는 '공동체의 붕괴'를 막으려면

    '사회적 자본'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사회적 자산을 의미하는데요,

    사회적 자본이 높은 사회일수록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높고

    서로 이질적인 직업이나 특징을 지닌 사람들끼리 맺는

    결합이 잘 일어납니다.

    퍼트넘은 이런 결합을 가리켜 연계,

    즉 Bridging이라고 했죠.

    예를 들어 더 나은 사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생각을 나누고 연대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

    그런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연계의 한 부분입니다.

    연대가 활발해지고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사회에 대한 신뢰,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집니다.

    자연히 이웃과의 관계도 더 이상 폐쇄적이지 않겠죠.

    이웃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 마 범죄'가 횡행하는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같은 공동체 의식과 이웃관계가 아닐까요?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는 옛 속담이

    어색하지 않은 사회를 기대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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